분류 | 단행본 |
도서명 | 소원, 욕망, 사랑 (정신분석 세미나 XIX) |
저자명 | 임진수 |
정가 | 20,000 원 |
페이지 | 324p (1도) |
ISBN | 987-89-8160-247-5 (93100) |
발행일 | 2015년 06월 30일 |
목차
1. Wunsch의 번역에 대하여 1
2. 소원(Wunsch)하는 자아와 사물
3. 소원과 표상
4. 억압과 무의식
5. 환각적 소원성취
6. 이르마의 꿈
7. 소원과 욕망
8. 플라톤의 『향연』
9. 결핍과 욕망
10. 아갈마(agalma)
11. 잉여향락
12. 사랑의 은유
13. 전이적 사랑
14. 안다고-가정된-주체
15. 분석의 종결
소개
라캉은 1961년 세미나 내내 플라톤의 『향연』을 읽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플라톤 연구자들처럼 디오티마(Diotima)의 담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알키비아데스의 담화에 결정적인 자리를 부여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알키비아데스의 사랑은 분석 치료에서의 전이적 사랑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것은 라캉이 알키비아데스와 소크라테스의 관계를 분석자(analysant)와 분석가(analyste)의 관계로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캉의 전이적 사랑의 개념은 분석가의 욕망을 개입시킨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된다. 라캉에 따르면, 전이적 사랑은 분석가의 욕망에 의해 욕망되기를 욕망하는 순간, 욕망될 수 있는 것을 양도받기 위한 속임수이자 미끼이다. 라캉은 그것을 <사랑의 은유(métaphore de l’amour)> 또는 <욕망하는 자의 은유(la métaphore du désirant)>라고 부른다. 그러한 논리대로라면, 알키비아데스의 사랑은 그의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의 욕망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주체의 욕망은 그러한 큰타자의 욕망에 의해 <욕망되기를 욕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달리 말하면 <욕망되는 자(에로메노스, Eromenos)이기를 욕망하는 자(에라스테스, Erastes)>가 되는 것이 곧 욕망의 주체의 탄생이다. 이렇게 라캉에 따르면, 욕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저러한 것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큰타자의 욕마을 매개로 욕망되는 자에서 욕망하는 자로 <갑자기(tout court)> 도약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하는 주체는 이제 큰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그러나 아무리 큰타자의 욕망을 주체가 욕망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는 데에는 매개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큰타자가 소유하고 있다고 상상되는 <욕망될 수 있는 것(le désirable)>으로, 라캉이 <아갈마(agalma)>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체는 그것을 대상으로 하여 큰타자를 욕망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자기에게 양도해줄 것을 바라면서, 큰타자를 사랑하고 큰타자에게 사랑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랑의 은유는 대충 다음과 같은 네 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단계는 이해를 위한 논리적 시간이지 물리적인 시간적 순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첫째, 큰타자―알키비아데스에게는 소크라테스이고 분석 상황에서는 분석가―가 에로메노스를 욕망했을 시간(이것은 프랑스어의 시제로 말하면 순전히 가상적인 전미래(futur antérieur)의 시간이다)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에로메노스가 자기가 욕망되는 자라는 것을 감지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이것은 전미래적인 큰타자의 욕망에 대해 그다음에 일어나는 단순미래(futur simple)의 시간이다.) 세 번째 시간은 두 번째 시간과 동시에 일어나는데, 에로메노스가 에라스테스로 자리바꿈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수평적 병렬의 시간과 달리, 욕망되기에서 욕망하기로 반전되는 수직적인 대체의 시간이다. 그러한 수직적인 대체는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은유에 해당하는데, 알다시피, 은유는 의미작용에 저항하는 환유와는 반대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는 전의(trope)이다. 따라서 에로메노스가 에라스테스로 수직적으로 대체되는 <욕망하는 자의 은유> 역시 어떤 의미작용을 생산할 것이다. 그 의미작용이 바로 네 번째 시간으로 설정할 수 있는 <사랑의 요구>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 욕망하는 주체는 큰타자에게 큰타자의 욕망(될 수 있는 것)과 사랑의 거래 또는 교환을 무의식적으로 제안한다. 그리하여 전이적 사랑(의 요구)은 욕망을 인정받고 욕망의 대상을 전수받기 위한 미끼가 된다.
저자
임진수
1955년 서울 출생. 계명대학교 유럽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파리 VIII 대학 정신분석학과에서 DEA를 취득했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E.S.S.) 교수인 프랑수아즈 다부안느(Franoise Davoine)에게 교육 분석을 받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에 <프로이트 라캉 정신분석 학교>를 개설하고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정신분석 세미나 총서⟫12권이 있으며, 역서로는 『정신분석사전』(라플랑슈, 퐁탈리스), 『자크 라캉』(디아트킨), 『자크 라캉의 이론에 대한 다섯 편의 강의』, 『정신분석의 탄생』(프로이트), 『끝이 있는 분석과 끝이 없는 분석』(프로이트) 등이 있다.
<프로이트 라캉 정신분석 학교>는 2002년 8월 27일 프로이트의 텍스트를 연대기 순으로 천착해 가며, 그의 정신분석 이론이 어떻게 라캉에 의해 재해석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거시서 저자는 일이십 년 동안 수요일마다 제자들과 세미나를 했던 프로이트와 라캉의 전례에 따라, 매주 수요일 정신분석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그 세미나를 매 학기에 한 권씩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 바로 이 ⟪정신분석 세미나 총서⟫이다. 그 밖에 <프로이트 라캉 학교>는 여름 겨울 워크숍과 사례 연구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으며, 정신분석가 양성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